어릴 때부터 꽤 많은 책을 읽어온 편이라 자부할 수 있는데, 총, 균, 쇠는 정말 비문이 많은 책 중 하나였다.
수능 영어 문제집 해설지를 보는 거 같은 완벽한 직역으로 책이 쭉 적혀있는데, 나름 후반부로 갈 수록 직역이 나아지는 거 같기는 하다. 아니면 내가 직역을 읽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직역의 큰 문제는 가독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이다. 책 자체도 일반인을 위해 쓰여진 글이라지만 살짝 고도의 이해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주제라 가독성까지 떨어지니 글을 읽는 게 아주 죽을 맛이었다. 필히 글이란 그저 재미를 위해 읽는 글이지, 사서 머리를 아프고자 시간을 내기엔 이 세상엔 이미 머리 아플 일들이 많다.
그래서 내가 번역을 배우면 적어도 총, 균, 쇠의 번역가 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에 통번역 학원을 끊었다. 전문 통번역 자격증은 아직 나에겐 많이 어렵기에 비지니스 통번역을 공부 중에 있다. 하지만 내 생각보다 통번역은 정말 어려운 것이었다. 약 3년간 오직 영어 공부에만 목을 메단게 무색할 정도로 어려웠는데, 일단 내가 아직 비즈니스에 익숙하지 못해 용어 자체가 어려운 탓도 있는 거 같다지만. 공부를 하면 할 수록 가장 궁금한 것은 저 옮긴이는 도대체 어떻게 통번역 전문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는지 의아했다.
지금까지 배운 바론 번역- 영어에서 한글 번역-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의역이다. word to word의 번역이 아닌 글의 뉘앙스를 파악해서 독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풀어 쓰는것을 중요시 여긴다. 그러나 저 책에선 한국에 없는 문법인 관계대명사를 살리겠다는 목숨이라도 내건 것인지 that이나 which가 들어같을 거 같은 부분을 꼭 '그러한' 이라고 해석했다. 아마 한국에서 존재하는 책 중 '그러한' 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쓴 책 1위에 손 꼽힐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계속 '그러한'이 반복이 되니, 글이 너무 지루해졌고, 문장 안에 형용사가 연속으로 들어간다던가 하는 정말 듣도 보지도 못한 비문과의 콜라보가 읽는 내내 짜증이나고 머리가 터질 거 같았다. (그냥 영국에 있을 때, 원서 사올 껄..)
사실 이렇게 총균쇠 번역가를 열심히 깠으나, 나는 딱 한 달만 통번역 학원에서 버텨볼 예정이다. 번역 자체가 너무 어렵고 이제 딱히 열심히 살고 싶은 의지가 없다. 쉬운 거 해야지 쉬운 거.
(P.S 쉬운 거 해야지 이러면서 남한텐 지적 능력을 강요(?)하는 나는야 에니어 찐 5유형 새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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