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드소마를 봤다.
다들 사이비를 비판 하는 영화라고 하지만, 사이비를 넘어서 공동체를 비판하는 내용 같았다.
부제는 '집단의 광기란 무엇인가'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 장면은 울고있는 여주와 함께 모두가 같은 호흡으로 우는 장면이다.
다들 기괴하고 동시에 웃기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우울증과 공감의 부재, 아무도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는 상황을 겪어보지 않는 이상 그렇게 밖에 못 느낄 것 같다.
여주는 가족을 한번에 잃고 많이 힘든 상황에서 우유부단하고 쓸데없는 남친 때문에
자신의 슬픔을 꾹꾹 참고 있었던 상황에서 이렇게 원초적인 방법으로 공감을 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많은 위로가 되었을거라 생각한다.
단번에 여주가 이 소름 끼치는 집단에 동화가 되었던 계기이기도 하다.
근데 나도 뭔가 동화된 거 같은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에는 초등학교가 3개가 있었는데
나는 그 중 작은 초등학교에 다녔어서 2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이 6년 동안 같은 반이었다.
6학년에 접어들자 그 친구들과 정말 끈끈한 뭔가가 생기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정말 쿵짝이 잘 맞았고, 정말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반담임 선생님이 어떤 제안을 하셨는데 내가 지금 나이가 나이인지라 정확한 상황은 기억이 안 나서 좀 지어내서 말하자면
상점 20점일때 과자를 받을래, 상점 15점일때 과자를 받을래라고 제안하셨고
분명 우리 모두에게 20점보단 15점이 훨 나은 선택지가 맞음에도 분명하고 우리는 꼭 뭔가에 씌운 것마냥
20명이 조금 넘는 애들이 동시에 20점이 낫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의아해하며 15점 보다 20점이 낫다고? 여러번 물었지만
우리는 진짜 뭔가에 씌인 것처럼 동시에 네!!! 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이 ''그래 그럼 20점으로 하자."라고 말하는 순간
모두가 - 적어도 나는 - 뭔가에 씌인 느낌이 탁 풀리더니 '내가 왜 그랬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을 철회할 수는 없었으면 20점을 얻어야만 과자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13살에겐 가혹한 처사였다.
그 때 일은 참 내게 있어 가장 기묘했던 일이었다.
여기에 있던 고어적인 장면은 모두 실제 인간 역사에서 존재했던 일이라고 한다.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두 노인과 죽지 않으면 망치로 머리로 내려치는 것은 농경 사회에서 쓸모없어진 노인이 죽는 방식이었고,
눈에다가 꽃을 다는건 바이킹 때 적을 모욕적으로 죽였다는 것을 전시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뭐 우리나라도 석전이라고 돌이랑 바위를 던지며 싸우는 전통 놀이가 있었는데
외국이라고 없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도 그렇게 상상력이 발휘된 영화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좋은 영화가 아니라는 말도 아니다.
미지가 아닌 기지에서 오는 공포
이동진
여자 주인공 연기가 우울증을 너무 잘 묘사했다. 정신과에서 교재로 쓰여야 할 정도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심적으로 많이 약할 때 유독 이상한 거에 잘 빠진다는데
내가 힘들었을때 주위에 사이비나 종교가 없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 저 감독은 유전도 그렇고 미드소마도 그렇고 언제 사이비한테 뭘 심하게 당한 적이 있나..? 영화 내용이 다 그렇네..
감독이 이 영화에서 가장 말하고 싶은 것은 자주적인 생각이 아닌 집단에 의한 생각을 조심하자는 것 같다.
내 인생에 다시는 종교나 커뮤니티 생활은 없을 것 같다. 개인주의 만만세 !!
자 여러분 과몰입에서 빠져나옵시다.
힘 푸세요~
+) 난 종교 자체를 싫어하는 편이다. 언제는 내가 왜 이렇게 종교를 싫어할까하고 곰곰히 생각해본적이 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인류를 염오하기 때문이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노인들, 죽은 시체 눈에 꽃을 달고, 인간을 제물로 받치는 행위.
다 인류가 해왔던 행동인데, 주인공과 친구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마치 '인류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시치미'라도 떼는 마냥 헛구역질을 하고 욕을 하고 불쾌감을 느끼고 끔찍해한다. 거기에서 가식을 느낀 것 같고.
종교/집단은 인류의 민낯을 가장 잘 보여주는 수단 같다.
오늘도 나의 인류 혐오 + 1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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